케이토 생일에 맞춰 쓰고 싶었는데 현실은 20일 정도 늦어버림wwww 하기야... 쿠로 생일 축하한답시고 쓴 건 3월에 다 썼지...
아무튼 늦었지만 케이토 생일을 기념한 글이라고 빡빡우겨봄
늦은 것도 그렇고 글 존나 안써져서 책이고뭐고... 부스펑각이다
딱! 하고 제법 영롱한 소리가 났다. 머리에 가해진 충격 때문에 정신을 차린 쿠로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쳤다.
“칸자키, 지금 그걸로 친 거냐?”
“무례함을 사죄드리오. 하지만 키류 공을 확실히 깨우려면 칼등으로 치는 수밖에 없었소.”
칼 다루는 데 능숙한 소마가 맞는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부분으로 친 거였지만, 번쩍이는 날붙이가 눈앞에 있으면 학원 최강이라 불리는 쿠로도 놀랄 수밖에 없다. 칼을 칼집에 넣은 소마의 목에 팔을 걸어 조이며 쿠로가 장난스레 말했다.
“죽일 셈이냐? 죽이려고 한 거야? 하극상이냐? 아앙?”
“켁켁, 본인이 어찌 그럴 수가 있겠소!”
“풀어줘라, 키류. 내가 시킨 짓이다.”
“그래? 둘이 짜고 날 죽이려고 했구만?”
“모처럼 하는 유닛 회의인데 네놈이 계속 졸고 있으니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새벽까지 깨어 있지 말고 일찍 자라.”
“아~ 미안. 또 졸아버렸네.”
쿠로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설마 서서 졸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요 며칠 사이 잠을 줄여야 할 일이 있어서 적게 잤더니 그 여파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쿠로가 흘끗 케이토를 보았다.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이번엔 딱히 설교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한 번만 더 걸리면 설교를 듣게 될 것 같으니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쿠로가 쭉 기지개를 폈다.
분명 아침 연습을 하면서 피로가 다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연습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온 쿠로는 저도 모르는 사이 눈을 감고 수업 시간에 푹 자 버렸다. 1교시는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2교시에는 지적을 당하고 말았다.
“키류 군, 아침 연습이 있었다고 해도 수업시간에 자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반성문 써 오세요.”
반성문까지 쓰라는 날은 잘 없었는데 너무 푹 잠들었나, 라고 생각한 쿠로가 반성문을 써서 선생님께 제출했다. 그리고 직원실을 나오는 길에 지금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고 싶은 사람과 마주쳤다.
“키류? 네놈이 왜 여기서 나오지?”
“아, 그게…….”
쿠로가 자신을 빤히 보는 케이토의 시선을 피했다. 이럴 때는 지독하게 거짓말이 안 나온다. 어물거리는 쿠로를 지켜보던 케이토가 얼굴을 찌푸렸다.
“네놈, 설마 졸다가 반성문을 쓴 건가?”
“…….”
“네놈이 그렇게 분주히 움직이는 덕분에 홍월의 평판이 나쁘지 않으니 크게 질책하지는 않겠다만, 키류, 조금 더 자신의 몸을 생각해라. 잠을 제대로 안 자면서까지 무리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지? 홍월은 성적도 우수하고 운용할 자금도 충분…… 아니, 싸움제에서 조금 무리하긴 했지만 금방 복구 가능하다. 네놈이 무리할 필요는 전혀 없어. 이런 식으로 반성문을 쓰고 교무실을 들락날락하는 것이 홍월의 명예에 흠집을 낼 수 있다. 홍월을 위해서가 아니고 개인적인 용무로 움직이는 거라도 마찬가지…… 과유불급이다, 너무 많은 걸 탐내다간 모두 잃는 수가 있다고. 네 건강을 생각하더라도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지금은 건강하더라도 나중에 급격히 체력이 떨어질 수가 있으니 미리 관리를 시작하라는 뜻이지……”
장황하게 설교를 늘어놓던 케이토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쿠로가 눈을 감고 있었다. 졸지 말라고 설교를 하는 와중에 졸고 있는 그를 보고 화를 낼까 웃어버릴까 고민하던 케이토가 작게 한숨을 쉬곤 쿠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키류.”
“음? 아…… 또 졸아버렸네.”
흠칫 놀란 쿠로가 고개를 좌우로 털었다. 또 잔소리를 할 것 같아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케이토는 쿠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줄 뿐이었다.
“곧 수업 시작이다. 얼른 가 봐.”
“아, 응…… 그래.”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케이토를 멍하니 보고 있던 쿠로가 머리를 긁적이며 교실로 향했다.
한번 주의를 줬으니 괜찮아질 거라고 케이토는 생각했지만, 쿠로는 여전히 피곤한 기색을 달고 다녔다. 연습 시간에 졸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쿠로를 보고 그가 수업은 어떻게 받고 있을지 훤히 예상이 될 정도였다.
“가 버렸다고?”
“예, 그, 그렇슴다…….”
심지어 유닛 연습 시간 외에는 마주치는 일도 적어졌다. 상의할 것이 생겨 무도장에 찾아왔지만 허탕을 치고 말았다. 교실에 가도 자리에 없고, 있어도 자고 있기에 말을 나눌 기회가 없었다. 케이토는 자신을 어려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1학년에게 최근 쿠로의 행동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없는지 캐내려 했지만,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피하는 건가, 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말 그런 거라면 쿠로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질 것 같았다. 지나온 과거의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아서, 크게 숨을 내쉬며 애써 털어버리려 했다. 다른 일에 몰두하다 보면 잊혀질 것이고, 쿠로도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려 했다.
* * *
그리고 그런 상태로 며칠이 지나 케이토의 생일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도중에도 케이토는 쿠로가 신경쓰였다. 자신을 꾀어내기 위한 거짓말에 속지는 않았지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생일 축하 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케이토의 시선은 다른 사람도 눈치챌 정도로 쿠로에게 향해 있었다. 파티가 끝나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가는 길에 소마가 조심스레 물었다.
“하스미 공, 오늘따라 키류 공을 신경쓰는 것 같았사오만…….”
“음? 내가 그랬던가?”
“본인이 헛된 추측을 하고 있었다면 배를 갈라 사과할 일이지만, 다른 자들도 그리 생각하는 것 같았소.”
“요즘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그랬다. 그런데 키류는 어디 갔지?”
“하하, 지금도 신경쓰고 있구려. 가지러 갈 것이 있다며 곧 따라오겠다고 했소이다. 키류 공이 온다면 본인은 자리를 비키도록 하겠소.”
“아, 아니 꼭 그럴 필요까진…….”
“자자, 사양하지 마시고.”
탈의실에 들어와 들고 있던 선물 꾸러미를 내려놓은 케이토가 두르고 있던 띠부터 벗으려는 순간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잽싸게 문으로 달려간 소마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럼 하스미 공, 내일 회의 때 뵙겠소이다! 남은 생일도 평안히 보내시오!”
“잠깐만 그냥 그렇게 가지 마라 칸자키!…… 아.”
소마 대신 탈의실로 들어온 쿠로를 본 케이토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말끝을 흐렸다. 달변가인 케이토였지만 지금 이 순간은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어색해지는 분위기 속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쿠로였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군.”
“늦지 않았다니?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지?”
“응? 아, 이거. 그냥…… 입어보면 알아.”
쿠로가 어물거리며 들고 있던 종이 가방을 케이토의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케이토의 옷깃을 잡았다.
“뭐, 뭐하는 거지 네놈?”
“갈아입혀 주려고. 나리 혼자 입기는 좀 힘들지도 몰라서.”
씩 웃는 쿠로를 보며 잠깐 멈칫한 케이토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버, 벗는 것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네놈 나를 갓난아기로 생각하는 거냐!”
“지금은 그냥 나한테 맡겨주라, 하스미. 생일이잖냐? 손 하나 까딱하지 말고 있어보라고.”
그렇게 말하는 쿠로가 왠지 들뜬 것 같았기에 케이토는 더 이상 따지지 않고 그에게 몸을 맡겼다. 콧노래를 작게 흥얼거리며 옷을 벗기는 쿠로의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아서, 케이토는 조금 안심했다.
“……키류.”
“응?”
“혹시 최근에 내가 네놈에게 기분 나쁘게 대한 일이 있었나?”
“응? 아니, 전혀 없었는데.”
“그럼 왜 피한 거지?”
“피해? 내가? 나리를? 아~ 내가 좀 피곤해서 부활도 빠지고 일찍 집에 돌아가고 그랬지. 딱히 피한 적은 없어, 그냥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그렇게 느껴졌겠지. 이제 바쁜 일은 끝났으니까 괜찮아.”
“그런가……”
쿠로가 케이토의 부츠와 바지마저 벗겼다. 이 정도로 벗은 모습은 평소 공연 전후에도 보여주는 사이였지만, 지금은 왠지 묘하게 부끄러운 케이토였다. 왜 그런지 고민하는 케이토를 두고 쿠로가 종이 가방 안에 든 것을 꺼내었다.
“자, 우선 이것부터. 팔 들어봐.”
팔을 소매에 끼워넣고 단추를 잠가주는 과정에서 얼핏 쿠로의 손끝이 케이토의 맨살에 스쳤다. 흠칫 놀라는 케이토 때문에 쿠로도 놀랐다. 케이토만큼이나 쿠로도 지금 이 분위기가 형용할 수 없이 낯설었다. 평소에 옷을 입혀줄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는데도 왠지 긴장감이 맴돌았다. 목의 깃을 세워주면서 또 한 번 쿠로의 손가락이 케이토의 목덜미에 닿았다. 얼굴이 빨개진 케이토를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쿠로였지만, 정작 제 얼굴이 빨개졌단 사실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
“…….”
어색한 정적 속에서 겉옷을 입히고 허리장식까지 매어준 쿠로가 종이가방에서 마지막으로 머리장식을 꺼내었다. 그가 하얀 꽃이 달린 머리장식을 귀 위에 매어주는 동안, 케이토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매듭을 짓느라 귓가에 바짝 붙어 있는 쿠로의 불규칙한 숨결이 느껴졌다. 그 야릇함을 참다가 참다가 참을 수 없어서 무언가 말을 하려 입을 여는 순간 쿠로가 말했다.
“자, 다 됐다. 거울 봐봐.”
“이건……”
“하스미 케이토라는 놈을 옷으로 표현해 봤다고 할까. 생일 선물이야.”
거울에는 검은 이너와 하얀 옷 위에 청록색의 겉옷을 걸치고, 노란 허리끈과 빨간 어깨끈으로 포인트를 준 전통 의상을 입은 채 부끄러워하는 케이토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옷매무새를 조정한 쿠로가 뿌듯해하며 말했다.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스스로도 놀랍구만. 하스미 넌 어떠냐?”
“네놈……”
“별론가?”
“이걸 만드느라 그간 피곤했던 거냐?”
“엉? 그…… 그런 셈이지.”
쿠로가 멋쩍게 웃으며 목덜미를 문질렀다.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해 얼굴이 붉어진 채 눈만 굴리는 케이토를 보며, 쿠로도 덩달아 얼굴을 붉혔다. 이렇게까지 쑥스러워 할 줄은 몰랐다. 평소처럼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줄 알았던 양반이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는 걸 보니 당황스러웠다.
“고…… 고맙다, 키류. 이런 선물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하핫, 별 말씀을.”
“사진을 찍어서 자랑이라도 하고 싶군.”
“아니, 그러지 마.”
쿠로의 반응에 케이토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어째서?”
“그냥…… 너랑 나만 알고 있는 비밀로 하고 싶어서.”
말을 한 쿠로도, 듣던 케이토도 얼굴은 물론 귀까지 빨갛게 물들었다.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것 같자 쿠로가 다급히 말을 덧붙였다.
“그, 그러니까, 이건 급하게 만든 거라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기 좀 부끄럽기도 하고, 옷 선물이란 것도 처음 해 보고……”
부끄러움에 케이토를 볼 수 없어진 쿠로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렸다. 마찬가지로 케이토도 쿠로를 바로 보지 못하고 어깨의 장식만 내려다보며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벗는 건 혼자 할 수 있다고 했지? 나리도 갓난아기는 아니라고 했으니까, 그럼 난 여동생 하교 시간이 다 돼가서 가 볼게. 내, 내일 보자고!”
“키류, 잠깐만! 키류!”
쿠로가 붙잡을 새도 없이 도망치듯 탈의실을 나가버렸다. 혼자 남은 케이토가, 귀에 선명히 들리도록 두근거리는 가슴을 꽉 쥐었다. 얼마 전 홍월의 사활이 걸렸던 싸움제가 끝나고 쿠로에게 느꼈던 알 수 없는 감정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 감정을 탈의실에서 멀지 않은 복도에 멍하니 주저앉은 쿠로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케이토는 알지 못했다.
끝
한 사람만을 위한 뒤에는 옷이 올 수도 있고 (그 옷을 입은 케이토의)모습이 올 수도 있다는 투머치인포메이션...
쿠로가 입혀준 옷은 오피셜웍스에 실려 있는 신록가챠 옷 초안인 것으로... 나는 상상력이 딸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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