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케이] 도발 (쿠로케이 주간전력)
주제는 "파자마"였습니다.
였는데...파자마가 아니고 홈웨어로 써버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본 집은 추우니까... 배경을 봄으로 바꿈... 그래도... 3월이자나?
월요일 저녁.
전철역에서 집까지 오는 길은 그다지 멀지 않았지만, 벚나무가 곳곳에 심어져 있었다. 그래서 케이토는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 속에서 집까지 걸었다. 주말에 벚꽃놀이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부터 시작하여 약간 감상에 젖어든 채로, 그가 힘차게 출입문을 열었다.
“다녀왔……”
그리고 눈에 들어온 광경을 보고는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 나리. 왔어?”
“키류, 너 대체…….”
쿠로의 모습이 믿기지 않아서, 케이토는 눈을 세게 깜작였다. 하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쿠로가 두른 앞치마 밑으로 튼실한 다리만이 보일 뿐, 하의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입고 있는 티셔츠도 왠지 사이즈가 작아보였다.
“벚꽃 엄청 날리나보네. 머리에 붙었다.”
“힉!”
케이토가 자신의 머리에 붙은 꽃잎을 떼어주기 위해 다가오는 쿠로를 피해 무심코 뒷걸음질쳤다. 잠깐 멈칫한 쿠로가 씩 웃으며 케이토의 머리에 손을 가져가 꽃잎을 털어냈다. 어깨를 움츠린 채 서 있는 케이토 대신 쿠로가 가방을 주워들며 말했다.
“안 죽어 안 죽어.”
“네놈, 이건 무슨 신종 수법이냐.”
“그런 거 없어. 일단 들어오라구.”
뒤로 돌아 안으로 들어가는 쿠로의 뒷모습을 본 케이토가 다시 한 번 놀라 소리를 질렀다.
“키류!”
“왜?”
“대대대대체 무슨 해해해해괴망측한 패션인가, 그거!”
고개만 돌려 케이토를 보는 쿠로의 표정은, 티셔츠처럼 생긴 원피스 한 장만 입은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평온했다.
“너무 놀라지 마, 속옷은 입고 있어.”
“윽!”
쿠로가 몸에 딱 붙는 옷의 끝자락을 끌어올리자 케이토가 반사적으로 눈을 가렸다. 거의 매일 보는 몸인데 새삼 부끄러워하는 케이토를 보고 쿠로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충격인가. 그가 이마를 긁적였다.
“일단 들어오기나 해. 거기 그렇게 서서 말하긴 좀 기니까 저녁이나 먹으면서 얘기하자고.”
케이토의 서재에 가방을 내려놓은 쿠로가 저녁상을 차리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식탁 앞에 멍하니 앉은 케이토가 쿠로의 꽁무니를 눈으로 쫓았다. 수저는 좀 챙겨달란 쿠로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가 식탁 한쪽에 놓인 수저통을 들고 젓가락을 한 짝씩 꺼내어 느릿느릿 내려놓았다. 반찬과 밥을 놓고, 국을 케이토에게 건네며 쿠로도 식탁 앞에 앉았다. 쿠로가 손바닥을 모으고 잘먹겠습니다, 라고 할 때까지도 케이토는 쿠로의 터질 듯한 옷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렇게 충격이냐?”
“충격받지 않을 사람이 있겠나? 난 드디어 네놈이 미쳐버린 줄 알았다. 내가 요즘 바빠서 네놈이랑 놀아주지 않고 집에만 둬서……”
“워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잘 돌아다니고 있거든? 오늘도 동생을 만나고 왔다고.”
“또 동생인가, 너무 집에만 있어서 만날 사람이 없어진 건……”
“아 진짜, 밥맛 떨어지는 소리 하지 마. 나리가 질투할 만큼 싸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아무튼, 이건 동생한테 선물 들어온 옷인데 자기가 입기 너무 크다고 하더라고. 애초에 이런 옷이 취향도 아니고. 근데 교환이나 환불하기도 마땅찮다길래 내가 받아왔지. 그냥 두면 버릴 것 같길래 내가 어떻게든 살려보겠다 하고 가져왔어. 아깝잖아? 줄 사람도 없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생선 뼈를 발라내는 쿠로의 얼굴과, 그의 탄탄한 가슴 때문에 사이가 어색하게 벌어진, 옷에 자수로 놓인 두 캐릭터를 번갈아 보던 케이토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버려.”
“어떻게 그러냐? 멀쩡한 새 옷인데.”
“옷이 부족하면 내가 사 오겠다. 아니, 같이 사러 가자.”
“아냐, 옷은 충분해. 이게 편할 뿐이야.”
쿠로의 말에 케이토가 기가 찬다는 듯 안경을 고쳐 썼다.
“그게 편하다고?”
“응.”
“뭐가 편한데?”
케이토로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기저기-특히 가슴이- 끼고 작아 보이는데 대체 어디가 어떻게 편하다는 말인가. 설거지를 하려고 소매를 걷는 쿠로의 모습은 케이토가 보기엔 더없이 불편해 보였다. 옷이 작아서 팔도 못 걷으면서 뭐가 편하다는 거야. 그가 속으로 툴툴거렸다.
“한 장만 걸쳐도 되는 게 편해. 화장실 갈 때 특히 편하다구. 내릴 게 하나 줄어드니까.”
쿠로가 히죽 웃어보였다. 빨리 남자들도 원피스 입는 시대가 와야 한다며 평소의 그답지 않게 연신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쿠로를 두고, 케이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씻고 나서 입을 옷과 속옷을 가지러 방으로 들어갔다.
'너만 편하면 다냐고! 나는 자꾸만 맨다리로 시선이 가서 죽을 것 같다고!'
샤워기의 물줄기를 맞으며 케이토가 속으로 절규했다. 눈을 감아도 쿠로의 맨다리가 어른거렸다. 옷이 한껏 말려 올라가 엉덩이에서 허벅지로 이어지는 부분이 살짝 보였을 땐 마시고 있던 물을 뿜을 뻔했다. 알몸은 자주 봐서 익숙한데도, 은밀한 속살이 그런 식으로 보이니까 느낌이 달랐다. 안 돼, 그만 떠올리라고. 그가 샴푸 거품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머리를 벅벅벅 문질렀다. 고개를 숙이니 다리 사이에서 고개를 살짝 든 것이 흐릿한 시야에 들어왔다. 정말 구제불능이군.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른 그가 천천히 염불을 외웠다.
'일일제불토에 성문중무수어든 인불광소조하야 실견피대중하며……'
다음 날 저녁.
역 근처에 있는 옷가게를 잠시 서성이던 케이토는 결국 아무 것도 사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왠지 쿠로가 그 옷을 입지 않고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옷이 끼는데 이틀을 입을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쩔쩔 흔들어 혹시라도 붙어있을지 모를 꽃잎과 잡생각을 떨쳐낸 케이토가 심호흡을 하고 집앞 모퉁이를 돌았다. 엘리베이터를 탄 케이토는 급히 뛰어오는 사람의 몰골을 보곤 하마터면 닫힘 버튼을 누를 뻔했다.
“네, 놈……!”
“혼자 가면 섭섭하지.”
간신히 엘리베이터에 탄 쿠로가 숨을 골랐다. 그의 옷은 케이토가 기억하던 것과는 다르게 변해 있었다.
“대체 옷이……!”
“아~ 이거? 아무래도 목 부분도 좀 작고 팔도 끼는 것 같아서 리폼을 좀 했지. 밖이 좀 쌀쌀해서 가디건도 걸치고. 내가 뜨개질해서 나리한테 준 거지만 좀 빌렸어. 괜찮지?”
자랑스러운 듯 말하는 쿠로의 옷차림은, 목 부분을 조금 잘라내고 민소매로 리폼한 원피스에 그가 직접 뜨개질하여 만든 긴 가디건이 전부였다.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 가디건을 추스르는 그를 보며 얼굴이 홍당무가 된 케이토가 말했다.
“네놈, 그러고 다니다가 누가 변태로 오해하면 어쩌려고!”
“걱정하지 마, 잠깐 쓰레기 분리수거 하고 오는 길이었어.”
“누가 봤으면 어쩌려고!”
“안 봤어 안 봤어, 걱정 마. 만약 봤으면 내가 다 조질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쿠로가 먼저 내렸다. 유유히 출입문을 여는 그의 뒷모습을 케이토가 지켜보았다. 긴 가디건에 가려 안에 입은 옷은 보이지도 않는다. 누군가 봤으면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 틀림없다고 케이토는 생각했다.
“옷이 더 짧아진 것 같은데.”
“아, 쓰레기 버린다고 좀 움직여서 올라갔나봐.”
말려 올라간 옷을 자연스레 끌어내리고, 케이토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 입는 가디건을 추스르는 쿠로를 멍하니 보던 케이토가 옷을 갈아입겠다며 침실로 향했다. 조심스레 방문을 닫은 그가 침대 위로 픽 엎어졌다. 숨을 깊게 들이쉬자 쿠로의 체향이 미약하게나마 느껴졌다. 쿠로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식사까진 시간이 좀 남아서, 케이토는 잠시 눈을 붙이려 했다.
'혹유제비구는 재어산림중하야 정진지정계호대 유여호명주하며……'
행여 조금 전의 쿠로의 모습이 꿈에 나올까봐 케이토는 밀려오는 피로 속에서도 열심히 마음을 다스렸다.
그 다음 날 아침.
아직 알람이 울리지 않았지만 케이토는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났다. 몸이 피곤한 수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알람 없이 일어난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피로를 이기지 못해 다시 눈을 감으려던 그는 옆이 허전함을 느끼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쿠로는 케이토가 일어나 출근할 시간에 맞게 아침 식사를 준비해놓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자곤 했다. 문틈으로 희미하게 불빛이 들어오는 것으로 보아 쿠로가 아직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고 케이토는 생각했다. 휴대폰을 열어 시간을 보니 아직 알람이 울리려면 좀 멀었기에 그는 다시 몸을 눕히고 눈을 붙였다.
알람이 울릴 시각이면 쿠로가 곁으로 돌아와 있을 거라는 케이토의 생각과는 달리,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에도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아무래도 거실의 소파에서 자고 있는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큰 침대를 사서 같이 자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적응이 안 되는 걸까. 까치집이 생긴 뒷머리를 쓱쓱 만진 케이토가 몸을 일으켜 안경을 쓰곤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텁텁한 입 안에 가글을 머금고 슬그머니 거실을 살피던 그는 예의 그 옷을 입은 채 웅크려 자는 쿠로의 모습을 보고 놀란 나머지 가글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컥, 커흑!”
“뭐야, 왜 그래?”
기침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쿠로가 후다닥 달려와 케이토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가슴이 아플 정도로 기침을 한 케이토가 손등으로 고인 눈물을 닦으며 쿠로를 원망의 눈초리로 흘겨보았다.
“네놈, 어째서 그런 꼴로 소파에서 자고 있는 건데!”
“응? 아, 잠깐 쉰다는 게 그만…… 괜찮냐? 뭐 때문에 그리 놀란 거야?”
“맨다리를 다 내놓고 그런 포즈로 자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나? 정말 구제 불능이군…… 그리고 그 밑단! 내 기억엔 트여 있지 않았는데?”
“아, 움직이는 데 불편해서 어제 밤에 옆을 좀 텄지.”
그렇게 불편하면 입지 말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입 밖으로 낸 것은 가글의 향이 가득한 한숨뿐이었다. 잠이 덜 가신 눈으로 빙긋 웃는 쿠로에게 새벽부터 설교를 할 수는 없어서, 케이토는 한숨만 내쉬었다. 아침상을 차리러 가는 쿠로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던 그는 세면대의 온도 레버를 가장 차가운 쪽으로 돌려 평소보다 더 힘차게 세수를 했다. 자꾸만 떠오르는 그 광경을 씻어내려는 듯이.
목요일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퇴근한 케이토가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본 광경은 쿠로가 그 옷을 입은 채 요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말려올라간 옷을 끌어내리며 옷자락이 방해되지 않으니까 오히려 편하다고 말하는 쿠로를, 케이토는 도저히 설득할 수가 없었다. 본인이 편하다고 주장하는데 굳이 간섭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라고 그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시각적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에 자신만 적응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마음은 그랬다.
'……그래, 바로 이런 거!'
금요일 아침, 케이토는 자신을 팔과 다리로 안고 자는 쿠로의 품에서 깨어났다. 무의식중에 쿠로의 옷자락 안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를 쥔 채로 말이다. 눈 앞에서 왔다갔다하는 쿠로의 튼실한 맨다리를 볼 때마다 케이토는 당장에라도 그것을 만지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눌러 참았다. 염불도 외워보고 찬물로 세수도 해 봤지만 잠결에 드러난 욕망은 어쩔 수 없었다. 황급히 손을 뺀 그가 슬금슬금 쿠로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신으로 밥을 먹고, 치약거품을 삼켜가며 양치를 하고, 대충 옷을 꿰어입고 도망치듯 집을 나섰다. 익숙해지면 응큼한 생각도 나지 않을거라 생각하면서도, 오늘 저녁 약속이 있어 그의 그 옷차림을 덜 봐도 된다며 안도하는 케이토였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저녁 약속은 상대의 급한 사정에 의해 파토가 나 버렸다. 쿠로에게 먼저 저녁을 먹으라고 전해놓은 터라, 식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케이토는 곧 주말이고 아직 쿠로가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각이라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을 택했다.
'그깟 옷 때문에 사람을 안 볼 순 없지. 그건 멍청한 짓이다. 키류가 뭘 입는다 해도 키류는 키류고……'
저녁이 될 만한 음식과 술을 산 케이토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나름대로 서프라이즈를 하려고 쿠로에겐 연락하지 않았다. 쿠로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며, 열쇠로 문을 딴 케이토가 천천히 출입문을 열었다.
“키류……?”
“나, 나리? 빠…… 빨리왔네?”
평범한 홈웨어를 입은 쿠로가 케이토를 보고 당황하여 그 자리에 우뚝 서 버렸다. 손에는 예의 그 옷을 들고 있었다.
“설마, 여태껏 내가 올 시간에 맞춰서 그 옷으로 갈아입었다거나 한 건 아니겠지.”
“…….”
얼굴이 빨개진 쿠로가 케이토의 시선을 피했다. 음식과 술이 담긴 비닐봉투를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은 케이토가 쿠로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왜 그랬지?”
“새 옷이니까 아까워서 그랬어, 진짜로. 편한 것도 사실이었고.”
케이토가 매서운 표정으로 얼굴을 디밀자 쿠로가 흠칫 놀라며 한 발 물러섰다.
“편했다고? 정말로?”
“진짜야. 보이는 건 불편해보일지 몰라도 입고 있으면 편해. 아, 그리고……”
“그리고?”
“네가 당황하는 거 보는 것도 귀여워서 재밌었고. 윽!”
쿠로의 말에 케이토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쿠로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찔렀다.
“네놈, 내가 일주일간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아~ 물론 알 것 같았지. 정말 대단하더라, 그렇게 참은 게. 이렇게 드러내고 있는데 한 번도 넘어오지를 않아. 만지는 순간 확 낚아채서…… 하려고 했더니만. 다른 때는 그렇~게나 쪼물딱거리고 만져댔으면서, 왜 정작 드러내놓고 있으니까 만지질 않는담?”
“큭……!”
“엄청 좋아하잖아? 내 몸.”
쿠로가 케이토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티셔츠 안으로 집어넣었다. 귀까지 빨개진 케이토가 쿠로와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땅만 내려다보았다. 그런 그의 넥타이를 한 손으로 천천히 풀며 쿠로가 케이토의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네 몸을 좋아하는 만큼 말야.”
토요일 아침.
느즈막이 일어난 케이토가 쿠로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아픈 허리를 주먹으로 통통 두드리며, 다리 사이에 말라붙은 새벽의 흔적들을 지우러 욕실로 향했다.
“……”
거울에 비친 케이토는 예의 그 옷을 입고 있었다. 술기운도 돌고 흥분한 나머지 정신이 없는 사이 쿠로가 입힌 것을 벗지 않고 그대로 잠든 것 같았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 케이토가 욕조 안에 들어가 샤워기를 들고 옷자락을 걷어올렸다. 화장실 갈 때 특히 편하다구. 내릴 게 하나 줄어드니까. 히죽 웃으며 말하던 쿠로를 떠올린 그가 픽 웃었다.
'그래, 누구 말대로 편하긴 편하네.'
수건으로 물기를 대충 닦은 뒤 욕실을 나서던 케이토가 쿠로와 마주쳤다.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잔뜩 찡그린 얼굴로 케이토를 빤히 보던 쿠로가 다짜고짜 케이토의 옷을 잡고 벗기려 했다. 그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며 케이토가 말했다.
“키, 키류! 벗기지 마! 네놈이 입혀줬잖아! 왜 이래!”
“역시 이 옷은 안 되겠다, 하스미.”
“왜지? 왜 네놈은 되고 난 안 돼?”
“나리가 이걸 입고 돌아다니면 아주아주 곤란할 것 같거든, 내가.”
끝
헨따이!!!!!!!!!!!!! 존나 헨따이!!!!!!!!!!!!(뛰어내림)